이 이야기는 이등병시절 두번째로 불침번 부사수로 나가서 경험한 일이다.

1층에는 대대본부와 각부서가 있고, 2층에는 사병들 내무실과 행정실이 있다.
2층은 1내무실부터 9내무실까지 있고 맡은편에 사랑방과 행정실 2개의 화장실 창고가 있다.

중앙계단 복도에 테이블과 의자로 휴식공간이 있고 여기서 불침번 근무자들은 교대를 하며 순찰을 돈다.
새벽 1시쯤이었나 내 근무시간이 되어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군복을 입고 단독군장(엑스반도)를 착용하고 전투화를 신었다. 신병인데다 2번째 근무인지라 근무편성하는 행정계원이 같은 내무실 고참으로 사수를 정해주었다. 잔뜩 긴장한 나는 행정실에서 총기와 공포탄을 지급받고 근무자 신고를 한후 중앙복도 테이블에 각잡고 서있었다.
사수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근무편성표를 보며 다음 순번을 깨우기 위한 시간을 알려줬다.
제일먼저 외곽근무자는 15분전에 깨우고, 지통실 근무자는 10분전, 불침번 근무자는 5분전에 깨우면 된다고 했다. 이때는 순찰근무가 없었다. 각 근무자를 깨울때에도 짬밥이 되는 사람은 후임보다 먼저 깨우면 안된다고 했다. 먼저 후임을 깨우고 2~3분 지나서 후임이 준비를 다 해갈때쯤 선임을 깨워야 했다.

아직 포대내 병사들의 얼굴을 거의 모르는 내게는 사람깨우는게 힘든일이라 같은 내무실 고참 2명만 깨우라고 했다. 얼굴이 헷갈리면 손전등으로 관물대에 적힌 이름을 비추되 절대 얼굴쪽에는 비추지 말고, 앞쪽에 필터를 끼워 녹색으로 최대한 어둡게 사용하라고 했다.

겨울이라 내무실을 돌아다니면 바닥에 물을 뿌려줬는데, 우리 내무실에 물을뿌리고 나오는 순간 귀에 거슬리는 이상한 소리가 났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문을 닫자 그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물통을 들고 다음 내무실로 향했다. 한 바퀴 돌며 다 뿌리고나니 사수는 수고했다고 앉아서 쉬라고 했다. 각잡고 앉아서 물어보는 말에 대답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 다음 순번을 깨울 시간이 되었다. 사수는 1내무실부터 깨우러 다녔고 나는 우리 내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여자가 흐느껴우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제법커서 사람이 깰 법도 한데 다들 자고있었다. 식은땀도 나고 겁도 나서 문을 연 모습 그대로 문을 닫고 나왔다.
문을 닫고나자 정말 귀신같이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잘못들었겠지 생각하고 다시한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자의 흐느껴우는 소리가 또 났다. 그대로 문을 닫고 나와서 사수한테 가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하자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정말 여자 우는소리가 난다고 식은땀뻘뻘 흘리며 이야기하자 사수는 반신반의하며 같이 내무실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고 난 어안이 벙벙했지만 사수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연신 죄송합니다 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내게 빨리 다음순번 깨우라며 사수는 그냥 그대로 나갔다.
다음 날 오전일과가 끝나고 밥먹고 내무실에서 쉬는 시간에 고참이 어젯밤 얘기를 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놈이라 했지만, 그 때 우리 왕고와 몇몇 고참들이 자기들도 잠결에 여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하며 소란을 떨어 별탈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당시 부대에 여군도 없었고, 인근 마을에서 부대내에 들어오기에는 막사가 굉장히 먼편이었다. 여자가 절대 있을 수 없는 곳에서 여자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는 정말 섬뜩했다. 하지만 그뒤로는 들은 적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Posted by m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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