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5년,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같은 반이였고 절친했던 친구 s,j 두명과 함께 s의 할머니댁이 있는 남해로 놀러가게되었다.
첫쨋날은 바다(상주리 해수욕장)에서 놀고, 둘째날은 할머니댁 근처의 냇가에서 낚시를 하고 즉석 생선구이를 해먹고 놀았다. 계곡이 제법 길고 큰데다 깊이도 있어서 수영하며 놀기에 딱 좋았다. 맞은편 산기슭에 올라가 다이빙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날 저녁, 친구 할머니댁의 염소가 혼자 묵어둔 끈에 목을 메어 죽어버렸다.
밤새 애기 울음소리같은 좀 무섭던 울음소리는 그 염소가 낸 것인지 옆에서 어미의 죽음을 지켜보던 새끼 염소의 울음소리인지는 모르겠다.
다음 날, 혼자 목이메어 죽어버린 탓인지 염소고기에서는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나는 한 점도 먹을 수 없었다. 비위가 약한 편은 아니지만 염소의 갈라진 배에서 나온 염통과 풀을 뜯어먹어서인지 녹색의 장과 위를 보고난 뒤라 도통 식욕이 땡기지 않았다.
바닷가에 갔다가 늦게 돌아온 우리는 내일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아쉬움에 냇가에 한번 더 가기로 했다.
걸어서 30분 가량 걸리는 그 길에는 큰 길과 좁은 길을 들쑥 날쑥 걸어야 했는데, 시골이라 가로등 하나 없었다.
손전등 하나로 길을 밝히며 걷는 우리에게는 길이 다 밝혀지는 좁은 길보다, 앞만 조금 보이는 넓은길이 더 무서웠다.
큰 길가에는 폐가도 몇몇 있어서 그 곳을 손전등으로 비출때면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아 가슴을 졸였다.
그렇게 도착한 냇가는 낮에 갔을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물소리도 괜히 으스스하고, 물가라 여름같지 않게 쌀쌀했다. 반대편 산기슭에서 먼가 희끗하게 지나가는것 같은 눈의 착시도 생기고 속으론 겁이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있어야했다.
먼저 내색하는 사람은 놀림을 받을께 뻔했기때문이다. 친구들 역시 그런 기색이 역력해 서로 별 말 없이 두리번 거리고만 있었다.
손전등으로 앞을 비춰놓고는 돌맹이로 제비치기놀이를 하다 자기 맘대로 잘 되지 않는지 신경질이난 친구j가 손전등이 비추지 않는 거리에 제법 큰 돌을 던졌다.
응당 나야할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그정도 돌이 물에 떨어지면 풍덩 소리가 날 법도 한데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친구 s가 웃으면서 귀신이 잡았나 보다 하는데, 몸에 소름이 쫙 돋으며 등뒤로 차가운 식은땀이 흘렀다. 말을 꺼낸 친구놈도 뜨끔했는지 셋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다시한번 친구j가 돌하나를 들고는 힘껏 던졌다.
이번에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꿀떡하니 옆에서 침삼키는 소리도 이렇게 크게 들리는데...
내가 '아마 산기슭에 풀 많은곳에 떨어져 물소리가 나지 않나보다' 하며 조금 더 큰 돌덩이를 손에 들었다. 이정도면 소리가 나겠지하고 적당한 거리에 던졌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않았다.
순간 머리속에는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아서 뒤도 보지않고 뛰었다.
친구놈들도 같이 뛰었다. 뒤에서 손전등을 들고 뛰어오는 친구때문에 앞쪽으로 불빛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그렇게 한참뛰어 큰길로 나왔을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잘거리며 얘기를 나누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냇가는 조선시대때 한 집안이 조정관리의 눈밖에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일가가 참수당해 흐른 핏물의 골로 생긴 냇가라고 했다. 억울한 원혼이 얘기 좀 들어달라고 던진 돌을 받아냈는지 -_-;;
지금도 귀신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그 날 왜 물소리가 나지 않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숨길 수 없는 단 한가지의 매력! by m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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